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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독일 헌법재판소 세미나 발표문-사회적 기본권의 적극적 보장방안

독일 헌법재판소 세미나 발표문(국문)-사회적 기본권의 적극적 보장 방안.hwp 독일 헌법재판소 세미나 발표문(독문)-사회적 기본권 관련.docx 독일 헌법재판소 세미나 발표 참고자료-사회적 기본권의 적극적 보장방안.hwp

사회적 기본권의 적극적 보장 방안

오늘 세미나에서는 한국 헌법재판소가 사회적 기본권과 관련하여 그 동안 어떠한 심사방식을 취하여 왔으며, 향후 사회적 기본권의 적극적인 보장을 위하여 새롭게 시도되어야 할 논의들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논의에 앞서, 사회가 빠르게 변모할수록 더 큰 의미를 갖게 될 사회적 기본권을 주제로 하여 포스쿨레 소장님을 비롯한 여러 훌륭한 재판관님들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갖게 된 것을 무한한 영광이라 생각합니다.

 

1. 그럼 먼저, 논의의 배경에 대하여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한국은 1960년대 산업화 이후 고도의 경제성장을 경험하였습니다. 그러다가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기업 구조조정과 대규모 해고로 인한 고용불안과 실업의 만연이라는 심각한 사회문제에 봉착하게 되었습니다. 소득불평등이 심화되었고, 이러한 문제는 미비한 사회보장제도와 맞물리면서 사회, 문화, 교육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심각한 양극화 현상을 초래하였습니다. 개인의 물질적 빈곤을 넘은 사회적 배제와 박탈, 부모세대의 부양을 놓고 겪게 되는 세대 간의 갈등, 이주민?장애인?성소수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보호, 통일시대에 겪게 될 사회문제에 대한 대비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사회과제들이 한국 사회에 빠른 속도로 확대?진화하여 가고 있습니다. 그에 비하여 사회적 기본권에 대한 해석론이나 한국의 헌법소송이론은 아직도 초창기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목도하게 됩니다. 앞의 발제문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합니다. 이후의 발표내용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사회보장시스템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배제된 국민들, 또는 사회적으로 배제될 위험에 처한 사회적 약자들 또는 소수자들을 위한 최저생활의 보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논의임을 미리 밝힙니다.

 

2. 최저생활의 보장과 관련하여 한국 헌법재판의 현실을 간단히 소개하겠습니다

독일은 사회국가원리와 인간의 존엄성을 결합하여 최저생활의 보장을 절대적인 권리로서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하여 한국 헌법에 명시된 사회적 기본권 조항은 국가를 상대로 한 개인의 급부청구권을 인정하기 위한 강력한 연동장치(Transmissionsriemen)가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한국은 독일과 같이 통일된 사회법전도 없고 사회법원도 두고 있지 아니합니다. 이에 따라 최저생활의 보장과 관련한 한국의 복지제도는 아직 국가의 재정적 여력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시혜적 영역의 하나로 치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러한 현실은 필연적으로 헌법재판소가 최저생활의 보장과 관련된 사건을 해결하는 데에 있어서 소극적인 심사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한국 헌법재판소는 기초생활보장과 관련하여, 국가가 실현해야 할 객관적 내용의 최소한도의 보장에도 이르지 아니하는 경우에 한하여서만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른바 “최소보장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동 원칙은 주로 기초생활의 보장에 있어서 급부의 종적?횡적 수준을 결정하는 문제와 결부됩니다. 그러나 한국 헌법재판소는 사회급부의 수급자격을 결정하거나 급부의 범위를 제한하는 규정들과 관련하여서도 최소보장의 원칙을 적용함으로써 구체적인 입법내용을 심사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그 이면에는 복지과제를 실현하는 방법의 다원성을 존중하여 가능한 한 위헌판단을 자제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사회적 기본권의 적극적 보장을 위한 새로운 시도들도 존재합니다

 

재산권심사나 평등심사를 통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입법이나 사회행정을 통제하는 경우들도 존재합니다. 특히 이른바 ‘혈우병 사건’에서 한국 헌법재판소는 특정 인적 집단에게만 우선적으로 급부를 제공하는 것과 관련하여 합리성 심사만으로 위헌 결론을 도출해 낸 바 있습니다.

다만 사회행정은 대량행정으로서 수급기준을 정할 때 표준화나 계량화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서 어느 정도의 불평등은 감수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평등심사를 통하여 위헌 결론을 도출한 위 혈우병 사건은 이례적이면서도 상당히 전향적인 결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단계적 개선이 예정된 급부영역의 경우 우선적 수혜집단을 결정하는 것은 전형적인 입법재량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이를 헌법재판소가 적극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근거를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1994년 독일 기본법은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조항을 기본법에 삽입하였습니다. 즉 독일 기본법은 제3조 제3항에 특별히 “장애”를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아니함을 명시함으로써 “차별받아서는 안 되는 특정 인적 집단”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본질적으로 장애인의 평등권 심사에 큰 변화를 가져 왔을 것이라 사료됩니다.

독일 기본법과 달리 한국 헌법에서 평등조항은 특별히 차별받아서는 안 되는 인적 집단을 명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반면에 우리가 새로이 주목하고 있는 한국 헌법 제34조 인간다운생활을 할 권리에 관한 조항에 언급된 인적 집단은 보다 더 구체적입니다. 헌법 제34조의 내용을 살펴보면, 여자는 물론 노인과 청소년, 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습니다.

독일기본법이 장애인을 차별로부터 특별히 보호되어야 할 인적 집단으로 명시하고 있다면, 한국 헌법은 “인간답지 않은 생활조건으로부터 특별히 보호되고 배려되어야 할 인적 집단”을 헌법에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석한다면 적어도 헌법 제34조가 명시한 특정 인적 영역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심사의 길이 열려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다만 평등심사를 하더라도 어떠한 경우에 적극적인 심사의 가능성이 있는지는 일의적으로 확정될 수 없습니다. 사회급부와 관련한 사건은 특정 인적 집단을 차별하는 경우와 사안에 따라 차별하는 경우를 구별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해당 급부 영역이나 해당 인적 집단에 대하여서는 특별히 심사강도를 높여 적극적인 심사를 하더라도 구체적인 심사방식이나 심사강도는 사안별로 확정되어야 함은 물론입니다.

한편, 평등심사만으로는 수혜집단으로부터 배제된 자들에게 직접적인 급부를 보장해 줄 수 없으며, 적극적인 급부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이 헌법재판소에게 있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다만,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2010년 하르츠 IV 결정이나 2012년 난민의 기초생활보장에 관한 결정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실업수당과 같은 특정 급부영역에서 참여적 기본권(Teilhabegrundrecht)을 인정한다거나, -비판의 여지는 있지만- 2005년 니콜라우스 결정에서 의료급여와 관련하여 예외적으로 구체적인 급부청구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회급부에 관한 헌법재판의 가능성을 단계적으로 확대한 것으로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물론 사회적 기본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원이 자원 배분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권력분립에 반하고, 의회나 정부가 재정적 이유로 적극적인 의무이행을 하지 아니하면 오히려 사회적 기본권에 관한 헌법조항이 방침규정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개인의 생활이 국가의 급부에 의존하게 되면, 생계보장이 궁극적으로 개인의 자립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개인을 국가에 종속시키는 것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적 기본권의 적극적 보장 방안에 관한 논의를, 기초생활보장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수준을 정하는 데에까지 확장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습니다.

다만 모두에 밝힌 바와 같이, 우리의 논의는 급부시스템으로부터 배제되었거나 배제될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사회적 약자들이나 소수자들을 급부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논의입니다. 사회입법이나 사회행정과 관련하여 헌법재판소가 큰 공백을 메우지는 못하더라도 작은 공백이 발견된 경우, 그러나 작은 공백이라도 긴급한 사안인 경우에는 반드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필요하며, 그것이 헌법재판소의 존재가치이자 존재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헌법이 직접 특별한 배려를 명령한 영역” 내지는 “헌법상 특별한 배려를 기대할 수 있는 영역”에 한하여서는 단순히 평등심사에서 심사강도를 강화하는 데에서 한발 더 나아가 특별한 배려를 받지 못하였던 자들에게 적극적인 급부를 청구할 권리까지도 인정할 수 있는 여지가 -예외적으로라도- 존재할 지 모릅니다. 27면 이하에서 우리가 극복하여야 할 사례들로 적시된 결정례들을 읽어 보면 논의의 필요성이 조금 더 명확하게 와 닿을 것입니다.

 

4. 이제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긴 시간을 할애하여 사회적 기본권에 관한 논의를 하는 것은, 그 동안 우리가 미처 헌법으로부터 발견해 내지 못한 사회적 요소들을 추출해 냄으로써 한국 헌법재판소가 앞으로 사회입법이나 사회행정에 있어서 ‘작은 공백이지만 긴급한’ 문제점들을 발견하게 되면, 이러한 사안에 즉각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일종의 사전 준비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소장님과 재판관님들로부터 이에 대한 고견을 듣는 것으로 이러한 준비작업의 포문을 열게 된 것에 대하여 다시 한 번 감사와 기쁨을 전하고 싶습니다.

 

긴 시간 경청해 준 것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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