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연합 2차총회 발표문(영문)-2014.4.28..doc
아시아 지역 인권 보장과 평화를 위한 국제협력 강화 제안
2012년 5월 대한민국 서울에서 아시아헌법재판소연합(“아재연합”) 창립총회를 개최한 이래, 터키에서 다시 모여 아재연합 제2차 총회를 여는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2년 전 창립총회에서 우리는 서울선언을 통해, 아시아에서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발전과 확립, 아시아인들의 자유와 인권신장, 아시아의 역사와 문화, 시대정신 및 역사발전에 맞는 헌법재판제도와 헌법해석의 모색, 모든 인간의 존엄과 행복한 삶을 위한 협력을 다짐한 바 있습니다.
그동안 아시아의 헌법재판기관들은 아재연합을 통해 헌법과 헌법재판에 관한 서로의 경험과 지혜를 공유하고 정보를 교환하여 왔습니다. 이제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아시아에서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더욱 발전시키고, 아시아인들의 자유와 인권을 신장시키기 위한 상시적인 협력과 연대를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인권에 관한 세계 총회(World Conference on Human Rights)" 이후 1993년 6월 25일 채택된 인권에 관한 비엔나선언은, 인간의 존엄에서 유래되는 인권의 보편성, 이를 실효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국가 간 공조와 협력의 필요성, 인권 보장을 위한 국제협약의 체결과 국제기구의 설립 등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등에서 심각한 인권침해를 겪으면서, 인류는 국내적 인권 보장과 아울러 국제적 차원의 인권 보장 역시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하였습니다.
인권이 침해된 개인은 사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인권은 문자로만 존재할 뿐 그 규범력이 없습니다.
그런데 각 나라 헌법재판기구의 판단은 그 효력범위의 한계로 제한된 역할 밖에 수행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 국제적 연대의 필요성이 있습니다. 특히, 반인도적 범죄와 같은 인류의 보편적 인권침해 문제에 있어서는 국가라는 경계가 그 구제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가지는 보편적 인권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인류의 보편적 인권의식의 발전을 확인하고, 반인도적 인권침해의 억제와 피해자 구제의 이행을 지역적 차원에서 보장하기 위하여, 아시아 헌법재판기관들 사이의 국제협력 강화가 요청되는 것입니다. 아시아 각국의 헌법재판기관들은 지속적인 대화와 협력을 통하여 지역 전체의 인권 수준을 향상시키고 인권, 민주주의, 법치주의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모든 아시아인에게 보다 나은 삶을 보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권이 한 나라 안에서 국내법으로 규율되고 보장되는 차원을 넘어서 지역적 협력을 통할 때 더욱 실효적으로 보장된다는 점은 1959년 설립된 유럽인권재판소가 지금까지 거두어 온 성과를 보더라도 잘 알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세계의 주요지역에서는 미주인권재판소(Inter-American Court of Human Rights), 아프리카인권재판소(African Court on Human and People's Rights) 등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시아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대륙이며, 이미 세계의 가장 활발한 산업생산 지역이자 2020년에는 유럽연합을 능가하는 거대 소비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지역 내 무역과 투자의 비중이 커지는 등 경제적으로도 점점 긴밀하게 통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아시아의 위상과 발전 가능성을 감안하면, 아시아 지역내 인권보장을 위한 헌법재판기구들 사이의 국제협력을 더욱 구체화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아재연합 회원기관들 사이에 상시적인 업무 연락 채널을 만들 것을 제안합니다. 이를 통해서 총회가 열리지 않을 때에도, 각 나라의 주요 판결과, 인권과 헌법에 관한 새로운 논의를 회원기관들에게 소개하였으면 합니다.
또한 회원기관들이 유사한 사건을 처리한 사례와 비슷한 고민을 했던 경험을 나누는 등 지혜를 모음으로써, 회원기관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나아가 인권법과 헌법의 발전을 위한 활발한 논의를 위하여, 아재연합 회원기관들 사이의 질의응답과 판례들을 홈페이지를 통하여 널리 공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아시아 지역내 인권 보장을 위한 회원기관들의 협력을 통하여 법치주의의 발전과 아시아인의 인권 보장을 통한 더 나은 삶을 위한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러한 협력은 아시아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면서, 국제연합 인권이사회나 국제연합 인권고등판무관 등 보편적 인권 보장 시스템과 상호 보완적으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아시아에는 이슬람교·유교·불교·힌두교·기독교 등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고 있으며, 역사적, 문화적 경험이나 정치 및 경제 발전의 정도도 나라별로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아시아 지역이 광활하고 다른 지역에 비해 이질적인 요소가 많아 보이지만, 이는 단지 상대적인 것입니다. 지역 내 경제적 상호의존 관계가 점점 심화되고 있으며, 세계화와 정보화에 따라 사회적·문화적 교류도 양적·질적으로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또한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는 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보편적인 합의가 존재합니다. 아시아 국가들이 지역 차원의 인권 보장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관하여 합의할 수만 있다면 이질적인 요소들의 존재는 큰 장애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아시아인들의 자유와 인권을 신장시키기 위한 헌법재판기관들 사이의 상시적인 협력과 연대의 토대 위에서, 다른 지역과 같은 지역적 인권보장 방안에 대한 국제적인 연구와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처음부터 유럽인권재판소와 같은 높은 수준의 지역적 인권보장기구를 만들 수는 없을 것입니다. 우선 공통점을 찾아 먼저 합의하고, 이견이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국제학술 세미나 등을 열 수 있을 것입니다.
아시아 각국이 개인의 인권 보장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을 확인하고, 이후 점진적으로 인권의 범위와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에 관하여 논의의 폭을 넓혀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과 사회의 조화를 이루고자 하는 아시아의 전통을 잘 살리면서도 보편성에 반하지 않는 인권 보장 방안을 찾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각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수호하고, 인권을 보장해 온 헌법재판기구의 역할이 필연적으로 요구됩니다. 아재연합 회원국의 헌법재판기구들은 아시아 지역에서 민주주의 발전과 인권보장, 법의 지배 확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 왔습니다. 아재연합은 현재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뿐만 아니라 서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의 주요 국가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재연합은 아시아인의 인권 보장을 위한 국제협력에 큰 역할을 수행하여야 할 것입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기구인 아세안에는 2009년 7월 채택된 인권에 관한 규약이 있고 이를 토대로 설립된 아세안 인권위원회(ASEAN Intergovernmental Commission on Human Rights: AICHR)가 있습니다. 향후 아세안 인권위원회가 아시아지역에서의 실효적 인권보장 체제의 확립에 많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아재연합 회원국이자, 아세안 인권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터키와 러시아는 유럽인권재판소의 경험과 성과를 전달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명언이 있습니다. 아재연합 차원에서 아시아 지역의 인권보장을 위한 구체적 협력과 연구의 장을 마련한다면, 장차 아시아 지역 모든 사람의 기본적 인권이 충실히 보장될 것입니다.
나아가 이러한 아시아 지역의 인권보장을 위한 국제협력 강화는 지역의 평화를 보장할 수 있습니다. 지난 세기에 아시아 각국에서는 전쟁과 심각한 인권침해가 존재하였습니다. 그 주된 원인 중의 하나가 개인의 존엄성과 인권에 대한 경시에 있었습니다.
아시아인의 인권보장을 위한 국제연대는 과거의 역사로부터 교훈을 도출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인권이 침해되는 과거의 비극을 미래에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인권을 중시하는 합의 위에 선 유럽인권재판소의 활동은 유럽연합의 통합과 더불어 지역의 평화를 가져 왔습니다.
이번 총회가 새로운 아시아의 큰 물줄기를 연 자리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기원합니다.
대한민국 헌법재판소는 아시아 헌법재판기관들 사이의 국제 협력과 보편적 인권을 확인하는데 기여하고, 아시아인의 인권보장을 위한 활발한 토론과 연구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아름답고 역사가 깊은 이스탄불에서 성대하게 제2차 아재연합 총회를 주최한 터키 헌법재판소에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